2단 승단을 준비하면서

2016년5월12일 우호연무회에서 이윤범 교수
2016년2월27일 우호연무회에서 이윤범 교수

 

아이키도를 시작한 후 내내 머리가 아팠다.
왜 내가 힘들게 이런 고생을 자초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부터 뭘 원하는지도 모를 때가 많았다.
그저 한번 해보고 싶어 시작했고, 시작했으니 계속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학생이 수업을 들어야 하니 학교에 가는 것처럼.

나름대로 젊은 시절부터 그럴 듯 해 보이는 여러 가지 무술을 해봤다.

그래도 일단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것이 내 성격이기도 하다.

하다보면 나름대로 내가 꼭 해야 할 의미도 찾고 잘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 지리라고 생각해서다.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면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발전을 하면서 큰 의미를 찾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러 무술을 해봤는데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몇 년을 수련해도 맥을 잡을 수 가 없었다. 내가 머리가 나빠 어쩔 수 없다는 좌절감도 많이 맛봤다.

그 무술의 깊이가 얼마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막연히 꿈을 꾸었던 “축지법”이나 “장풍”을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다가 수년 전에 무술을 포기하는 시점이 왔다.

여러 가지 무술을 해봤지만 특별한 의미를 찾지 못해서이다. 또 평생 해보고 싶은 무술을 찾지 못했다.

지나간 수 십 년의 시행착오가 아쉬웠지만 어쩌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이키도라는 무술을 한번 참관해보고 싶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여러 동작이 있어서 조금은 신기했다.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워낙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거창한 계획도 필요 없었다.

그렇게 아이키도를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좌절감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쉬어 보였던 기술들이 도무지 잘되지 않았다.

더구나 팔과 몸에 힘이 들어가 통나무 같았다.

또한 한번 구부러진 허리는 아무리 지적을 받아도 펴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오기가 생겨서 기본 기술만 모두 외우면 다 끝나리라고 생각했다.

마치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외우면 기본 공식은 다 끝나듯이 말이다.

그런데 머리와 몸은 완전 독립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정신과 몸은 하나라는 철학은 쓰레기통에서나 찾아야 할 듯했다.

매일 매일 수련 후 다가오는 좌절감을 하소연하노라면 어김없이 선배님들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한다.

아니! 노인네 희롱하는 건가! 40여 년을 허송세월 보낸 나에게 하는 충고가 시간이라니!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도 산다는데! 그렇지만 그 선배님들이 말하는 그 시간은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어쩌다 예전보다 아이키도 기술사용이 많이 좋아졌다는 칭찬을 들으면 어린애처럼 좋았다.

그리고 그 다음 어김없이 보여주는 눈초리는 “너는 아니야!”라는 것이다.

나도 눈치는 10단인데 그걸 모르랴.
그렇게 해서 초단을 땄다.

검정치마를 입으면 기술을 펼치는 자세, 품위 그리고 시연 수준이 일취월장한다는 어느 선배의 거짓말을 또 믿으면서 말이다.

오히려 수련시간에 앞에서 금방 보여주는 기술을 따라하지 못해 창피를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한번 가르쳐 주었는데 그것도 모르냐고 학생들에게 핀잔을 절대 줘서는 안 된다는 것도 크게 깨달았다.

이렇게 헤매면서 시간이 하염없이 가는 중, 아이키도의 길이 측량할 수 없이 깊다는 것을 막연히 깨닫기 시작했다.

단지 기술이 가는 길을 아는 것은 기초일 뿐 그 술기를 통해 들어 갈 수 있는 깊이의 한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벗겨도, 벗겨도 속이 안 보이는 양파처럼, 삶으면 삶을수록 진국이 나오는 사골처럼 말이다.

그 쯤 되자 당연히 또 다른 좌절감이 왔다. 앞으로 가는 길이 너무 험하고 까마득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무릎이 발목을 잡는다.

부쩍 겁이 났다. 아니 억울하기까지 했다.

이제 수십 년 좌절과 절망 끝에 정말 마음껏 해보고 싶은 무술을 만났는데 신체가 문제라니! 다른 이들에는 초단이 시작이지만, 나에게는 이번에 응시하는 2단도 역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아쉬움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주팔자”가 정말 있는 것일까? 요즘 나의 온통 고민거리는 앞으로 얼마나 이 무술을 수련 할 수 있는 가다.

그래서 마음의 결정을 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즐기려고 한다.

나쁜 머리 쥐어뜯으면서 몸부림쳐봐야 치매만 빨리 올 것 같다.

일본의 노인선생들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한국에서 수십 년 수련을 묵묵히 수행하는 선배들도 많은데 고작 몇 년 수련한 내가 안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난 아이키도 수련을 위해 먼 거리를 왕복하고 있다.

최대한 생업에 충실하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모두 아이키도에 쏟아 붓고 있다.

이즈음 어느 티베트 스님이 붓다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심오한 것이라고 올렸던 글이 떠오른다.

“나는 오고 감을 넘어 섰다.” 아이키도를 통해서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부도장 이윤범 (62세, 대학교수, 정치학박사)

윤준환 편집장
대한합기도회 사무국장 및 대한합기도회 중앙도장 도장장 2013년 러시아 월드컴벳게임즈 한국대표로 참가 세계본부도장에서 내제자 생활을 했음 ※ 중앙도장 위치 ※ - 서울시 동작구 사당로 28길 6 (3층) - 4.7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 9번출구 도보 3분거리 - 수련문의 : 02 - 3444 - 1218